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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다녔던 회사를 퇴직했습니다.

서후리자작나무 2024. 12. 9.

퇴직한 한 사연을 쓰자니 구구절절 쓸게 참 많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31년을 다녔으니까요.

하지만 간단하게 말해 퇴직한 첫번째 이유는 말하기 챙피합니다.

돈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부터 속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사실 쓰다 지우다 반복을 여러번 한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암튼 차츰차츰 풀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두번 째 이유는 사실 첫번째 이유때문에 퇴사 결정을 거의 90% 한 후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과정에서 나온 생각일 겁니다.

물론 첫번째 이유만으로 그만두기는 억울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이유는 '시간'입니다.

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돈도 필요했지만 시간!!

직장생활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인들은 늘 시간에 쫓깁니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 사람, 일상생활에서 자기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처럼 남의 부탁에 거절 잘 못하는 사람은

회사에서나 어디서나 바쁩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로도 바빴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가

더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늘 아쉬움에 힘들어 했습니다.

더군다나 회사에 이슈가 있어서 골치아픈 일을 맡기라도 하면

몇 달은 다른 일에 거의 신경을 못쓰고 헤메다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내 주변에 정리되지 않은 일들은 고스란히 쌓여서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혹자는 시간보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같이 의지가 약한 사람은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세번 째는 내 방식대로 살고 싶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대로 30년 넘게 직장생활하며 살았으면 

많이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것 말고

내 방식대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공부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같이 퇴직하신 분들 중에 또는 먼저 퇴직하신 분들중에도

회사일의 연장선상에서 일을 계속하고 계신분들이 많습니다.

자녀가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했거나 직장생활없이 집에만 있을때

오히려 부부간의 갈등이 생길 것 같다거나 취업제안을 받았는데

조건이 좋았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일을 택하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일을 그만 두었고 이 결정에는 아내의 몫도 컸습니다.

하지만 저도 누울자리는 보고 눕는 편이라 무대뽀로 그만 둔 것은 아닙니다.

첫째애가 취업이 됐고 둘째애는 이제 1년정도만 더 공부하면 졸업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어찌어찌 아끼며 살면 못살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직장다녀도 금전적 여유가 많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시간부자'로 살겠다는

게 제 희망사항이었습니다.

 

네번째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습니다.

이세상에는 왜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을까요?

한우물을 파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여기저기 마구 우물을 파며 살았습니다.

역시나 땅에서 물이 솟아나는 경험을 해 본 적은 제 기억엔 없습니다.

(사실 물이 솟아나길 바라며 땅을 판적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만...)

열심히 파다가 옆에가 더 좋아보이면 거기가서 또 팝니다.

파다가 돌이라도 나오면 멈췄다가 다른 데를 또 찾아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쪼금씩은 다 해본것 같습니다.

물론 골프나 예술분야 처럼 전혀 손을 대본적도 없는 분야도 있지만

(생각해 보니 안해본일이 훨씬 많네요)

암튼 하고싶은 일 실컷 해보고 싶었습니다.

죽은 사람들 중에 일 조금하고 죽은 걸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지 않습니까.

 

다섯번째는 가까운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회사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머니하고도 그렇고 자녀들 하고도 그렇고

가까이 또는 같이 살지만 얼마나 대화를 많이 하고 사는지 생각해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여든이 넘으셨고 자녀들은 몇년 안에

돌립을 할 겁니다. 특히나 아내와는 늘 같이 살지만 정작 정말 서로가

원하는 걸 얼마나 해주면서 사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미흡합니다.

'뭐시 중한지' 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던 일들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유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중요한 이유중 하나일 겁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게 참 힘듭니다.

공과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성격에 성과를 내고 달성율을

관리하는 일에는 젬병입니다. 어떻게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회사를 나를 많이 봐 준걸까요?

앞으로는 정말 맘 편한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저는 퇴사를 결정했고 저의 인생2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참 궁금합니다.

일단 비웠으니 새로운 무언가가 채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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